울산지검, 울산계모 아동학대 살해사건 수사ㆍ공판 자료집 발간

기사입력:2015-01-12 20:00:27
[공유경제신문 김민지 기자] [로이슈 부산경남취재본부=전용모 기자] 울산지방검찰청(봉욱 검사장)은 지난 8일 아동학대에 대한 인식의 전환점이 되고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정의 계기가 된 “울산 계모 아동학대 살해사건”의 수사와 공소유지 과정에서 생산된 해외 아동학대 사례 분석 등 결과물들과 연구논문, 언론보도, 참고자료들을 내용으로 한 수사ㆍ공판 자료집을 발간했다고 12일 밝혔다.

2013년 10월 24일 울산 울주에서 계모가 당시 7세인 여자 아동을 사소한 의심으로 약 55분간 주먹으로 머리를 때리고, 발로 옆구리 등 온몸을 무차별적으로 걷어 차 늑골 16개 골절로 인한 양폐 파열 등으로 사망케 한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울산지방검찰청은 이 사건을 ‘살인죄’ 등으로 기소한 후, ‘공판대응팀’(팀장 김형준 형사2부장검사)을 구성해 영국과 독일, 미국 등 해외 판례를 분석하고, 법의학자 이정빈 교수를 증인신문하며, 학대 장면이 담긴 핸드폰 녹음파일을 복구하여 검증하는 등 1심과 2심 공소유지에 최선을 다했다.

▲수사ㆍ공판자료집
▲수사ㆍ공판자료집
법정에서는 살인의 미필적 고의에 대해 검찰과 변호인이 치열하게 다투었다. 1심에서는 ‘상해치사죄’만을 인정했지만, 항소심인 부산고등법원 재판부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를 인정하고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아동학대 범죄에 대해서는 보다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인식의 전환점이 생긴 것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2014년 1월 29일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제정됐다.
울산지검은 검찰 최초로 ‘아동학대 중점 대응센터’를 설립, 유관기관과 함께 아동학대 범죄를 뿌리뽑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번에 발간하는 자료집에는 수사와 공소유지 과정에서 생산된 결과물들인 검찰시민위원회 회부 자료, 공소장, 증거설명서, 구형의견서, 해외 주요 아동학대 사례, 항소이유서, 보도자료 등과 연구논문, 언론보도, 감사편지 등의 참고자료들이 담겨 있다.

울산지검 관계자는 “이 자료집이 아동학대 범죄에 대한 유관기관의 대응 역량을 높이고 아동학대를 예방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국가의 미래인 우리 아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라는 사회, 폭력과 횡포 없이 서로 배려하는 튼튼한 공동체를 만들어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수사ㆍ공판자료집 머리말-울산지검 형사2부장 김형준 “이제 아동학대의 고통과 두려움 없는 하늘에서 편안히 잠들기를 바랍니다.” 지난 3월 11일 울산지방법원 법정에서 이 사건 논고를 마치면서 마지막으로 읊조린 말입니다. 사형을 구형하던 제 목소리도 조금은 떨렸습니다. 너무나도 사랑스러웠던 피해자의 생존 당시 사진을 바라보면서 가슴이 메어왔기 때문입니다. ‘소풍 가는 날’ 누구의 보호도 받지 못한 채 가정내에서 잔혹한 폭력으로 세상을 떠난 아이는 우리에게 과연 무엇을 남겼을까요?

‘온 마음을 다해 수사하고, 공판에 임하자.’ 이 사건을 맡은 순간부터 저 자신과 후배들에게 계속했던 다짐입니다. 어려움도 많았지만,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믿음이 분명했기 때문입니다.

아동학대 범죄에 그에 상응하는 처벌이 내려지지 않는다면 이렇게 가슴 아픈 사건이 언제든 우리 주변에서 재발할 수 있다는 확신이었습니다. 재판이 열리는 날 법정과 검찰청 마당을 가득 메운 시민들께서도 같은 외침을 들려주셨습니다.

영국, 독일, 미국 등 해외 판례를 수집, 분석하는 과정에서 그 믿음은 더욱 단단해졌습니다. 특히 영국에서 유학 중이던 이정렬 검사가 보내온 다니엘 펠카(Daniel Pelka) 사건을 접한 후 무척이나 놀랐습니다. “유사한 사안에 대해 다른 나라에서는 ‘살인죄’ 로 법정최고형이 선고되고 아동학대 근절의 사회적 분위기가 마련되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왜 그동안 이런 전례가 없었을까?”

직접 법정에 서서 검사들과 함께 증인신문을 하고 사형 구형을 하기까지, 이제까지 그 어떤 사건보다 혼신을 다했습니다.

지난 4월 11일, 살인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1심 선고 결과를 들으며 가슴이 먹먹해짐을 느꼈습니다. ‘집 안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마음만 먹으면 흉기를 사용할 수도 있었음에도 손과 발만으로 구타했다’ 는 무죄 이유를 접하면서 마치 단단한 벽에 가로막힌 느낌이었습니다.

연약한 7세 여아 체중의 3배에 달하는 성인의 손과 발로 가혹한 폭력을 행사하였음에도 흉기를 들지 않았기 때문에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는, 아동학대 범죄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동안 믿고 지지해 주신 많은 분들께 죄송스런 마음도, 함께 고생한 후배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검사들 모두 힘들었지만 포기하지 않았고 다시 시작했습니다. 검사장님뿐만 아니라 차장검사, 부장검사 전원이 함께 모여 1심 판결문을 분석하고, 모든 쟁점을 다시 점검하였습니다.

사건을 입체적으로 처음부터 다시 살펴보고,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입증하기 위해 검찰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고민했습니다.

이정빈 서울대 명예교수의 부검 감정서를 추가로 제출한 후 증인신문하였고, 기존에 복구되지 않았던 휴대폰에서 포렌직팀의 도움으로 지속적인 학대과정이 녹음된 파일을 찾아내 법정에서 공개하기도 하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전국에서 30여통이 넘는 감사편지와 화분, 그리고 셀 수 없는 분들의 따뜻한 격려 전화가 이어졌습니다. 여성변호사회 소속 165명의 변호사들도 의견서를 제출하는 등 힘을 모아주셨습니다.

결국 지난 10월 16일 부산고등법원에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 가 인정되어 징역 18년이 선고되었습니다. 신문 사설 중 ‘아동학대 범죄에 대한 새로운 이정표를 세워 우리 사회가 한걸음 더 나아가도록 실천했다’ 는 평가에는 오히려 고개가 숙여집니다.

우리 사회 곳곳에 아직도 아동학대의 그늘이 드리워져 고통 받고 있는 아이들이 있고, 아직도 그 아이들을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피해아동 사망 1주기를 맞아 하늘공원을 찾아 작은 꽃바구니를 헌화하고 추모하였습니다. 그 자리에서 문득 법정 스님의「잎새 지고 난 자리, 새움 돋는다」는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너무나도 마음 무거운 사건이었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제정되었고 ‘아동학대 범죄에 대한 인식의 전환’ 이라는 작지만 큰 변화가 시작되었기 때문입니다.

이 사건이 대한민국의 미래인 우리 아이들이 ‘정의’ 의 울타리 안에서 ‘행복’ 해지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새움’ 이 되기를 기대해봅니다.

무엇보다도 오늘에 이르기까지 끝까지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따뜻한 신뢰로 지도하고 이끌어주신 봉 욱 검사장님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또한 전국에서 감사편지와 화분을 보내주시는 등 진심어린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신 여러분께도 이 글을 빌어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프랑스 시인 폴 엘뤼아르의 글귀로 끝맺음을 대신하고자 합니다.

“행복은 빛이 되고, 정의가 땅 위에 실현되는 것.
그것을 우리는 원했습니다. 우리는 아직도 원하고 있습니다.”

울산지검 형사2부장 김형준

김민지 기자 news@seconom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