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처리 편의 봐주겠다”...건설사 뇌물 받은 고용부 사무관

기사입력:2016-10-27 10:15:50
[공유경제신문 김민지 기자] 아파트 건립 과정에서 타워크레인이 넘어지는 사고로 2명의 사상자를 낸 건설사를 상대로 "사건을 잘 처리해주겠다"고 꾀어 금품을 받은 고용노동부 사무관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뇌물수수 혐의로 고용노동부 모 지청 소속 A(52·5급)씨를 구속하고, 뇌물공여 혐의로 대우건설 직원 B(48)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27일 밝혔다.

A씨는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에서 산업안전감독관(특별사법경찰관)으로 근무하던 2012년 7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수원 광교신도시 대우건설의 48층짜리 주상복합건물 공사 현장 안전점검 과정에서 건설사 측에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B씨로부터 9차례에 걸쳐 2천4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2014년 5월 이 공사현장에서 타워크레인이 넘어지는 사고로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치자 "건설사 과실을 줄여 사건을 잘 처리해주겠다"는 조건으로 전체 수수액의 절반이 넘는 1천400만원을 받아 챙겼다.

A씨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조사한 뒤 검찰 송치 의견서에 '사망한 타워크레인 운전자의 조종 레버 조작 실수로 타워크레인이 전도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음'이라는 문구를 넣어 의도적으로 운전자 과실을 부각했다.

그는 사고를 전후한 시기에 현장 점검을 나가지 않는 조건으로 여름 휴가비, 명절 떡값 등 명목으로 수백만원씩을 수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산업안전감독관은 안전 관리 의무를 위반한 사업장에 공사중지 명령까지 내릴 수 있어 막강한 권한을 가진다"며 "피의자는 '(현장 점검 받지 않으려면) 성의를 보여야 한다'며 노골적으로 금품을 요구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한편 2014년 5월 24일 오전 10시 48분께 이 공사현장에서 작업 크레인이 32층 옥상으로 넘어져 크레인 기사 김모(41)씨가 숨지고, 박모(49)씨는 어깨 등이 골절되는 부상을 입었다.

사고는 건물 외벽에 설치된 'ㄱ'자형 크레인의 위치를 높이는 코핑작업 도중 수평 방향의 붐대가 32층 높이 옥상으로 꺾여 넘어지면서 발생했다.

김민지 기자 news@seconom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