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경제신문 김민지 기자] 어려운 생활을 이어나가던 20대 부부를 상대로 온갖 갑질과 착휘도 모자라 성폭행까지 한 '악마 업주'가 경찰에 불구속입건됐다.
"아내와 둘이 하루 12시간씩 나눠 일해도 물건이 없어졌다거나 월세를 제했다며 월 40만∼90만원 밖에 주지 않았지만 갈 데가 없었어요."
고아로 어렵게 자란 A(27)씨 부부는 2년 넘게 주간에는 아내가, 야간에는 남편이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했다.
한창 멋을 부릴 나이였지만 부부는 늘 목이 늘어난 티셔츠 차림이었고 다섯살배기 아들을 달리 맡길 데가 없어 어린이집이 끝난 시간대면 편의점에 데려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
인근에 살던 전남지방경찰청 김덕현(45·경사) 형사는 젊은 부부가 어린아이까지 데리고 밤낮으로 일을 하는 모습을 딱하면서도 의아하게 여기고 자주 말을 걸었다.
A씨와 점차 친해진 김 형사는 지난 7월 "남자 사장이 다른 일자리를 알아봐 준대서 서류를 줬는데 내 이름으로 대출을 받고 잠적했다"는 고민을 들었다.
고등학교를 중퇴한 A씨는 2010년 광주의 한 전기회사에 근무하며 상사였던 이모(45)씨와 가까워졌다.
이씨는 얼마 후 여러 동료에게 돈을 빌리고 갚지 않아 고소를 당하고 회사에서 쫓겨났지만 순종적인 성격의 A씨를 설득해 회사를 그만두고 자신의 아내(35)가 새로 차린 편의점에서 일하게 했다.
벌이도 시원찮았고 2009년 사기 피해로 휴대전화 요금 수백만원을 연체해 신용도 좋지 않아 다른 변변한 직장을 구하기도 어려웠던 A씨 부부는 2014년 초부터 편의점에서 일하며 이씨 부부집에 들어가 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방이 3개 있는 다세대주택에서 살다가 지난해 8월부터는 방 2개와 거실이 있는 조립식 옥탑방 중 작은방 한 칸을 쓰며 지냈다.
어린 부부는 쉬지 않고 일을 했지만 생활은 좀처럼 나아질 줄 몰랐고 설상가상으로 업주인 이씨 부부가 돈 문제로 자주 다투기 시작하면서 고용 불안을 느끼기 시작했다.
지난 5월 이씨 아내가 집을 나가자 이씨는 A씨에게 "다른 일자리를 알아봐 주겠다"며 신분증과 서류들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씨는 A씨 명의로 1천800만원의 대출을 받았고 휴대전화도 4대나 개통해 팔아먹은 뒤 6월 초부터 잠적했다.
뒤늦게 2천만원이 넘는 빚이 생긴 것을 알게 되면서 A씨 가정도 풍비박산이 났다.
A씨는 김 형사의 안내로 이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지만 당장 돈벌이를 쉴 수 없어 한차례 경찰 조사를 받은 뒤 고소를 취하했다.
이 사이 전남으로 이사한 김 형사는 A씨와 전화도 되지 않고 광주의 편의점에 찾아가도 흔적을 찾을 수 없자 SNS 등을 수소문해 여관에서 머물며 일용직을 전전하던 A씨를 찾았다.
도울 방법을 찾던 김 형사는 경찰청의 갑질 범죄 특별 단속 방침에 따라 자신의 소속 부서인 광역수사대에서도 수사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직접 수사에 착수했다.
이씨 부부의 만행은 수사과정에서 더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이씨는 A씨의 아들이 떠든다는 이유로 주 1회꼴로 멱살을 잡아 침대에 던지거나 얼굴을 주먹으로 폭행해왔다.
또 지난해 11월부터는 A씨가 편의점에 나간 틈을 타 A씨 아내를 수차례 성폭행하고 추행하기도 했다.
경찰은 1일 이씨를 사기, 강간,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이씨 아내를 최저임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입건했다.
김 형사는 "이씨 부부는 경제적으로 쪼들리고 갈 곳이 없던 어린 부부의 사정을 악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수사과정에서 구청과 연계해 피해자 가족이 긴급 생계지원을 받고 심리치료를 받도록 지원했다"고 말했다.
김민지 기자 news@seconomy.kr
20대 고아부부 상대로 갑질 착취·성폭행... ‘악마 업주’
기사입력:2016-11-01 15: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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