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아이들 돕는 게 소원이었어요. 이제야 그 소원을 이뤘네요."
팔순을 앞둔 정정자 할머니(79세, 서울시 마포구 거주)가 지난 4월 28일 서울 중구 무교동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을 찾았다. 5월 5일 어린이날을 앞두고 어려운 아동을 위해 1억을 기부하기 위해서다.
"공부하고 싶은데 못하는 아이들, 아픈데 돈이 없어 병원에도 못 가는 아이들을 돕는 게 내 평생 소원이었어요.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을 위해 죽기 전에 꼭 도움을 줘야겠다 마음먹었죠." 그렇게 어려운 아이들을 돕는 곳을 찾다가 지인을 통해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을 소개받았고 1억 원을 쾌척했다.
늘 이웃에 관심이 많아 초등학교 시절부터 집에 과일이 열리면 이웃집에 나누던 그였다. 주변에 어려운 이웃이 있으면 옷가지를 나누기도 하며 살뜰히 챙겼다. 어머니에 대한 정성도 지극했다. 어머니의 신을 뒤집어 보고 신발 밑창이 닳아 있으면 새 신을 사놓고, 치마가 낡아 해어져 있으면 새 옷을 사드렸다. 또 월급타면 연탄이나 쌀, 생활비를 제일 먼저 챙겼다. 이렇게 어머니와 이웃을 정성껏 챙기던 막내딸은 부모에 대한 효성이 지극해 이웃과 사회에 모범이 된다는 공로로 지난 1961년 11월 10일 서울특별시장으로부터 '효녀' 표창장을 받기도 했다.
10여년간 미용학교 교사로 지낸 후 빚을 내어 시작한 주택 건축 및 매매사업이 성공하면서 부를 축적하기 시작했다. 이후 마사지숍을 운영하면서 생기는 부수입으로 어려운 이웃을 돕기도 했다.
평생 교직에 몸담아온 남편을 췌장암으로 먼저 떠나 보낸 후, 할머니는 4남매를 마저 키우고 60대 중반이 될 무렵부터 봉사에 나섰다. 음악을 좋아해 인근 복지관에서 아코디언 배운 것을 계기로, 동호회원들과 양로원 고아원 병원 등에 다니며 위로 공연차 아코디언 연주회를 열었다. 시설에 방문할 때에는 양손 가득 쌀 5포대씩을 들고 가거나 30만원씩을 따로 후원하기도 했다.
"그렇게 평생 봉사하는 것을 좋아했는데 5년 전 무릎수술을 받은 후부터는 못하게 됐어요." 베풀며 사는 게 낙이던 할머니는 팔순을 앞둔 올해 그간 평생 소원이던 어려운 아이를 돕겠다는 큰 결심을 하고, 기부를 실천했다.
정 할머니는 "큰 아들에게만 살짝 귀띔했는데 '어머니, 참 잘하셨어요' 하더라"면서, "최근 당뇨 등으로 건강이 부쩍 나빠졌는데, 죽기 전에 좋은 일 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하며 활짝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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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자 할머니의 후원금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을 통해 저소득가정 아동 장학금 및 환아 의료비 지원에 사용될 계획이며, 정 할머니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명예의전당에 등재될 예정이다.
이경희 기자
“평생 아이들 돕는 게 소원이었어요” 팔순 앞둔 할머니 1억 쾌척
기사입력:2017-05-10 15: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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