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칙개봉 '꼼수'부린 롯데엔터·NEW·이십세기폭스 논란

기사입력:2017-10-18 09:23:57
100개 이상 스크린에서 실시된 유료시사회의 배급사별 점유율
100개 이상 스크린에서 실시된 유료시사회의 배급사별 점유율
[공유경제신문 박정우 기자] 목요일 개봉 관례를 깨는 변칙개봉이 만연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롯데 엔터테인먼트와 NEW, 이십세기폭스코리아 등이 개봉 전 대규모 유료 시사회를 열어 수요일에 개봉하는 꼼수를 부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유료시사회로 NEW 부산행과 쇼박스의 럭키, 20세기폭스코리아의 곡성, 롯데엔터테인먼트의 나우유씨미2 등이 시장 점유율과 매출액을 끌어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변칙 개봉이 영화산업 불공정행위의 새로운 수단으로 굳어지고 있지만 이를 제재할 수단이 마련되어 있지 않고 있는 상태다. 이에 따라 영화계 내부의 합의된 룰도 없어 대책이 시급하게 마련돼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김병욱 의원이 영화진흥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 ‘2016년 한국영화 동반성장 이행협약 모니터링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흥행순위 상위 30편 중 25편이 목요일 개봉 관례를 깨고 수요일에 개봉된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10위 이내 영화 중에서도 1위 '부산행'을 비롯해 8편이 수요일에 개봉했다.

6대 대형배급사의 경우 개봉영화의 53.7%를, 4대 직배사의 경우 63.8%를 수요일에 개봉하는 등 배급사별 주력영화들의 경우 수요일 개봉이 대세를 이루었다. '부산행'은 개봉 당일 상영 점유율 53.7%를, 2위 '검사외전'은 45.4%를, 3위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는 63.7%를 기록하는 등 국내 메이저 배급사와 해외 메이저 직배사 영화들이 수요일에 개봉됨으로써 소규모 작은 영화의 설 자리를 좁게 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화 개봉일에 대한 명시적인 규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주5일제가 정착되기 이전에는 주말을 앞둔 금요일 개봉이, 주5일제 정착 이후에는 목요일에 개봉하는 것이 관례로 자리잡아왔다. 수요일 개봉은 하루 일찍 개봉해 신작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전략이자 영화관람 지원 정부 정책이 집중되는 ‘문화가 있는 날’이 수요일인 점을 겨냥하여 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분석된다.

개봉 전일 혹은 개봉 전 주말을 이용한 대규모 유료시사회도 변칙 개봉 수단으로 활용되었다. 외국영화 '닥터 스트레인지'는 개봉 전일 1173개 스크린에서, 한국 영화 '곡성'은 895개 스크린에서 유료시사회를 열었다.

또 외국영화 '나우유씨미 2'는 개봉전 3일 동안 1472개 스크린에서, 한국영화 '부산행'의 경우 개봉 전 주말 사흘 동안 1284개 스크린에서 유료 시사회를 열었다. 1일 단위 스크린수 기준으로 600개 이상 영화는 4편, 401~500개는 8편, 301~400개는 13편, 201~300개는 4편 100~200개는 10편에 달한다.

이들 영화는 개봉 이전에 사실상 개봉에 준하는 유료시사회를 통해 시장 점유율을 극대화했다. '부산행'은 개봉 전 유료 시사회를 연 주말 사흘 간 전체 상영영화 매출의 19.9%, 상영 한국영화 매출의 51.1%를 점유하였고, 영화 <곡성>은 개봉 하루 전 유료시사회를 열어 전체 영화 매출의 53.6%, 한국영화의 78.5%를 점유했다.

2016년에 1일 100개관 이상에서 유료시사회를 실시한 영화들의 유료시사회 상영 실적을 보면, CJ E&M과 메가박스플러스엠을 제외하고, 국내 메이저 배급사와 해외 메이저 직배사가 모두 적극적으로 유료시사회를 실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스크린수와 상영횟수에서는 국내 배급사 중 롯데 엔터테인먼트(점유율 스크린수 19.2%, 상영횟수 20.9%)가, 해외 직배사 중에서는 유니버설 스튜디오 코리아(스크린수 점유율 15.0%)와 이십세기폭스코리아(상영횟수 점유율 17.2%)가 가장 대대적인 유료시사회를 열었다.

매출액에서는 '부산행'을 배급한 NEW(33.8%)와 '나우유씨미 2'를 배급한 롯데 엔터테인먼트(20.0%), '곡성'을 배급한 이십세기폭스코리아(19.8%)가 가장 높은 점유율을 보였다.

이처럼 수요일을 개봉일로 잡은 영화들이 다시 사실상 화요일 또는 개봉 전 주말에 개봉하게 됨으로써 ‘목요일 개봉’이라는 업계의 룰이 의미를 잃은 것은 물론 그 전 주에 개봉한 군소 배급사 영화들이 7일 최소 상영 보장을 받기는 더 어려워진 것으로 보인다.

김병욱 의원은 “최근 10여 년간 한국 영화산업은 양적으로 비약적인 성장을 이룬 반면 수직계열화와 독과점, 불공정행위와 같은 과제를 안게 되었다”며 “영화산업의 불공정행위가 여전히 심각한 상태임이 확인된 만큼 더 늦기 전에 공정환경 조성을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정우 기자 news@seconom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