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이른둥이 양육... 보호자 절반 이상 '경제적 부담' 커 출산 기피

이른둥이 가정 의료비 부담 여전, 감염 예방 및 재활 관련 지원도 더 필요
이른둥이 가정 지출 중 가장 큰 부담은 의료비
이른둥이 23.6%가 경험한 재활치료, 시간 부족, 비용 부담, 전문시설 미흡 고충
기사입력:2018-10-29 10:34:08
(사진=clipartkorea)
(사진=clipartkorea)
[공유경제신문 이경호 기자] 대한신생아학회(회장 김기수,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과)가 6월부터 8월까지 이른둥이 부모 대상 전국 40여 개 병원에서 실시된 ‘이른둥이 양육 및 치료 환경 실태조사’ 결과를 29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이른둥이 자녀를 위해 연평균 의료비를 100만원 이상 지출한다는 응답은 51.2%, 1,000만원 이상이라는 응답도 8.2%에 달했다. 지출 비용 중 가장 큰 항목으로 의료비(45.4%)를 꼽았으며, 식비(29.5%), 교육비(11.9%)가 뒤를 이었다. 이는 신생아집중치료실(NICU) 퇴원 후에도 여전히 이른둥이에 지출되는 의료비가 상당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재입원율 41.6%, 호흡기 감염이 48.3%로 가장 높은 원인

올해 조사에서는 이른둥이 치료 환경을 조사하며 이른둥이 감염 예방 실태도 알아봤다. 이른둥이 자녀의 41.6%가 응급실 방문 또는 재입원을 경험했다. 입원 이유는 호흡기 감염(48.3%)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수술(14.5%), 기타 감염(10.5%) 순인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입원 횟수는 2.13회였다.

이른둥이가 감염됐었던 바이러스는 모세기관지염 및 폐렴을 유발하는 RS 바이러스가 31.2%, 감기 바이러스 19.1%,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17.4%, 로타 바이러스 9.2% 등으로 응급실 방문 및 재입원의 주요 원인인 호흡기 질환 바이러스에 주로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만삭아에 비해 이른둥이에게 더 우려되는 바이러스로는 응답자 43.2%가 RS 바이러스를 꼽았으며, 이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18.3%), 로타 바이러스(17.6%) 순으로 나타났다.

◇RS 바이러스 예방접종 경험 44.2%, 다태아와 외동 이른둥이는 예방접종 보험 적용 안돼

이처럼 RS바이러스 감염 경험과 우려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예방접종 경험은 44.2%에 불과했다. 예방접종 하지 않은 이유는 ‘정보를 몰라서’(45.6%), ‘예방접종 보험 적용이 안되서’(21.5%), ‘예방접종 비용이 부담돼서’(16.0%) 등을 들었다. 현재 RS 바이러스 예방접종에 보험 적용이 가능한 대상은 생후 24개월 미만 기관지폐이형성증이나 선천성 심장질환이 있는 소아와 RSV 계절인 10월~3월 생후 6개월 이하인 32주 미만으로 태어난 이른둥이다. 32주 이상 36주 미만에 태어난 이른둥이의 경우, 손위 형제자매가 있는 이른둥이만 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다. 손위 형제자매가 없는 다태(쌍둥) 및 외동인 이른둥이는 고가 예방접종에 대한 보험 적용을 받지 못한다. 이에 대해 이른둥이 부모의 89.4%는 “다태 및 외동 이른둥이에게도 예방접종 보험이 지원돼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번 조사에서 나타난 이른둥이 다태아 비중은 26.6%였고, 손위 형제자매가 없는 경우가 67.9%에 달했다.

◇재활치료 경험 23.6%, 시간 부족, 비싼 비용, 전문시설 미흡 등 고충 들어

또한 이른둥이 자녀의 발달 지연을 개선하기 위해 재활치료를 받은 경우는 23.6%였다. 재활치료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치료기관 방문에 따른 시간적 부담(41.9%)’과 ‘비싼 치료 비용(28.7%)’, ‘전문 시설 및 인력의 부족(24.8%)’ 등이었다. 자녀에게 재활치료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재활치료를 받지 못하는 이유는 인근에 전문 시설이 없거나(23.5%) 전문시설은 있으나 대기가 너무 길어서(15.7%), 비싼 치료 비용(23.5%) 등으로 재활치료를 위한 전문시설과 비용의 부담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적 부담 크고, 양육정보도 부족, 보호자 59.9% 자녀 더 이상 출산하지 않거나 덜 낳겠다

이른둥이 자녀 양육에서 어려운 점으로는 양육정보 부족(34.3%), 경제적 부담(22.6%)을 꼽았다. 주변의 시선과 편견이라는 응답도 15.3%에 달했다. 이른둥이 출산 이후 자녀계획에도 변화가 있었다. “더 이상 자녀를 낳지 않거나 원래 계획보다 덜 낳겠다”라는 응답이 59.9%에 달했고, 그 이유로는 ‘향후 태어날 아기가 또 이른둥이일까봐 걱정된다(30.7%), 태어난 이른둥이 치료에 집중(22.3%), 이른둥이 치료로 인한 경제적 부담(19.1%)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대한신생아학회 김기수 회장은 “최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합계출산율은 1 이하로 떨어지고 출생아 수는 33만명으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2017년 기준 신생아 100명 중 7명 정도가 이른둥이로 태어날 정도로 그 비중은 증가하고, 특히, 다태아는 더 늘어나는 추세다”며 “이번 조사 결과 여전히 이른둥이 가정은 의료비에 가장 큰 지출을 하고 있는데, 호흡기가 미성숙하고 면역이 약한 이른둥이에 필요한 호흡기 바이러스 예방접종의 경우 다태나 외동 이른둥이들은 보험 적용을 받을 수 없고, 이른둥이 재활시설 역시 부족해 제대로 치료를 받을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둥이들은 생후 2~3년 간 집중적인 예방 및 건강 관리를 통해 잘 케어하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 유래 없는 저출산 시대에 태어난 아이들을 우리사회 건강한 일원으로 키워내기 위한 국가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른둥이의 정의 및 국내 이른둥이 출생률

이른둥이란?
세계보건기구에 의하면 임신기간(최종 월경일 기준) 37주 미만에 태어난 아기를 미숙아(premature infant) 또는 조산아(preterm infant)라고 한다. 국내에서는 출생시 몸무게가 2.5kg 이하이거나 임신기간 37주 미만에 출생하는 아기를 통틀어 ‘미숙아’라 부르는데, 국내에서는 한글 새 이름인 ‘이른둥이’로 순화해 부르기도 한다.

국내 이른둥이 출생률
국내 체중 2.5kg 미만 또는 재태기간 37주 미만으로 태어난 이른둥이 출생아 수는 매 해 빼놓지 않고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출생 통계’에 따르면 37주 미만 출생아 구성비는 7.6%로 전년보다 0.4%포인트 증가했으며, 2017년 기준 이른둥이 출생률은 2006년과 비교해 39.6% 증가했다. 더불어, 최근 서울성모병원이 2009~2015년 사이 출생아 약 317만 여명을 조사한 결과, 단태아 출생률은 0.65% 감소한 반면, 쌍둥이와 세쌍둥이의 출생률은 각각 34.5%, 154.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경호 기자 news@seconom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