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선물 남기고 떠난 중식당 요리사 박흥철씨

요리사를 천직으로 알던 성실한 청년의 생명나눔 기사입력:2019-03-29 14:44:52
故 박흥철씨.
故 박흥철씨.
[공유경제신문 김봉수 기자] 3월 초, 뇌사상태에 빠졌던 박흥철(43)씨가 지난 27일 심장과 폐장, 간장, 신장 양측, 각막을 기증한 사실이 알려져 감동을 주고 있다.

故 박흥철씨는 20년 동안 중식당 요리사를 천직으로 알고 성실히 일했으며, 한 직장에서 15년을 근무하면서 주변과 두터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사고 당일, 여느 때와 다르게 출근할 시간이 지나도 연락이 없자 사장이 집으로 찾아갔다가 쓰러진 박흥철씨를 발견하고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이미 너무 늦은 상태였다.

부산 금정소방서 산성안전센터에서 일하던 그의 맏형인 박흥식 소방위는 평소 생과 사를 넘나드는 구조 현장에서 일하는 탓에 의미 있는 죽음에 대해 늘 생각해 오던 터라 동생을 이렇게 보내기에는 안타깝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는 동생이 3~4일 전부터 자가 호흡이 안되고, 결국 뇌사로 추정된다는 의사 소견을 듣자 고민 끝에 기증을 먼저 제안했다. 처음에는 가족들의 반대가 있었으나 생명을 살리는 일이라며 가족들을 설득했고 가족들도 그의 선택을 따라주었다.

박흥식 소방위는 소방구조대원이라는 직업의 특성상 일반인이 혼동하는 뇌사를 명확히 구분할 줄 알았다. 특히 그의 동료 중에 이식을 기다리다 세상을 떠난 사람도 있어 뇌사상태인 동생이 장기기증을 통해 마지막 선을 베풀고 가길 원했다.

그는 뇌사장기기증이라는 게 누구나 한 번쯤 생각은 하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란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여러 명의 생명을 살린 동생이 자랑스럽고 본인 또한 상황이 된다면 장기기증을 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박흥식 소방위는 “내 동생은 비록 유명을 달리하지만 생명을 이어받은 누군가가 동생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동생의 심장으로 다시 가슴이 뛴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을 것”이라며 말했다.

이어 “생명을 받으시는 분은 제2의 삶을 멋지게, 남에게 선행을 베풀며 살기를 바란다”는 바람도 전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조원현 원장은 “생사를 넘나드는 현장에서 일하는 가족의 결정으로 여러 생명으로 이어지게 됐다”며 “사랑하는 가족을 보내면서도 수혜 받을 환자들을 걱정해주는 마음에 큰 감동을 받았다”고 전했다.

한편 故 박흥철씨의 장례는 김해의 한 장례식장에서 치러지며, 29일 발인 예정이다.

김봉수 기자 bsk@seconom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