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경제신문 이경호 기자] 세브란스병원이 뇌사자와 생체 기증자로부터 다른 장기를 수혜 받아 한 명의 환자에게 이식하는 폐·간 동시 이식술에 성공했다. 진료 전부터 환자에게 최적의 치료를 제공하기 위한 관련 과의 협업이 이룬 성과다.
세브란스병원 장기이식팀(흉부외과 백효채 교수, 이식외과 주동진 교수, 호흡기내과 박무석 교수, 간담췌외과 한대훈 교수팀)은 지난달 13일 뇌사자 폐와 생체 기증자의 간을 동시에 이식하는 수술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환자는 특별한 합병증 없이 건강을 회복하고 12일 퇴원했다.
이번에 수술 받은 서종관(46)씨는 지난해 10월 간질성 폐질환과 자가면역성 간질환으로 이식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산소통이 없으면 숨이 차서 활동이 어려웠고, 간경화로 인해 황달도 심했다. 당장 이식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뇌사 장기 기증자가 부족한 국내 사정상 폐의 경우 뇌사자 장기 이식을 위한 대기기간이 비교적 짧은 반면, 간은 대기기간이 길어 부인이 간을 이식해 주기로 결정했다. 3월 초 간경화로 인한 급성 간성뇌증(혼수) 상태에 빠진 서씨는 뇌사자 폐를 기증받아 약 14시간에 걸쳐 폐와 간 동시 이식수술을 받았다.
서종관씨는 “진료에서부터 수술을 받고 나서까지 의료진의 체계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면서 “숨 쉬는데 별다른 문제가 없고 퇴원 하고 몸 관리를 하고 다시 일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동안 폐-간 동시이식은 한 뇌사자로부터 두 개의 장기를 수혜 받아 이식했다. 이 경우 기증된 폐의 상태에 따라 수술 진행 여부를 바로 결정하고 수술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뇌사자 장기 기증이 많지 않아 현실적으로 한 뇌사자로부터 두 개 이상의 장기를 동시에 수혜 받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뇌사자 장기와 생체 장기의 동시이식은 양측 장기 상황을 모두 고려하면서 수술을 해야 한다. 뇌사자의 폐는 의료진이 직접 이식이 가능한 상태인지 확인하고, 수술이 결정되면 폐를 이식하면서 동시에 생체 기증자의 간 절제 수술이 이뤄져야 한다.
문제는 간경화가 심하면 간 이식수술 중 출혈이 발생하고 수술 후에도 재출혈의 가능성이 높다. 또 폐 이식을 할 때 역시 체외순환기를 사용해야 될 가능성이 높고 이 때 혈액응고를 막기 위해 헤파린 등 약물을 사용해야하기 때문에 출혈이 발생할 수 있다. 더욱이 기증 받은 장기의 손상을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빠른 수술이 필요하다.
서씨의 경우 흉부외과와 호흡기내과, 이식외과, 간담췌외과 등이 협진을 통해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고 이식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폐 기능이 나빠져 고농도 산소 치료를 받았지만 산소포화도가 유지되지 않을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았다. 다행히 뇌사자 장기 이식이 결정돼 흉부외과에서 이식할 폐를 확인하고 이송해 올 동안 이식외과에서 병든 간을 절제하기 위한 간박리술을 먼저 시행했다. 폐가 도착한 후 흉부외과에서 폐이식을 시작하고, 간담췌외과에서 부인 간의 일부를 절제하는 수술이 진행됐다. 폐이식이 끝나자마자 바로 이식외과에서 간 이식 수술에 들어갔다. 서씨는 수술 후 호흡기내과의 재활치료와 관리를 받고 정상적인 호흡이 가능하게 돼 한 달 만에 퇴원하게 됐다.
주동진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뇌사자 장기 기증이 부족하기 때문에 다장기 이식이 필요한 환자가 동시에 다 장기를 수혜하기 어려운 점이 많았다”면서 “뇌사자 장기 이식과 함께 동시에 진행되는 생체 장기 이식은 관련 진료과의 체계적인 협업이 필요한 고난도 이식수술이지만 다장기 이식이 필요한 환자에서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장기이식팀은 2015년 특발성 폐섬유화와 알코올성 간경변증 진단을 받은 52세 남성을 대상으로 세계 최초로 뇌사자와 생체기증자를 이용한 폐-간 동시이식 수술을 진행한 바 있다. 수술 3일 후 간 기능이 정상화 됐으며 15일 후 자가호흡을 할 수 있었다. 세계 최초 폐-간 동시이식 결과는 국제학술지 Transplant International에 발표됐다.
이경호 기자 news@seconomy.kr
세브란스병원, 뇌사 기증자와 생체 기증자를 이용한 폐·간 동시이식 성공
기사입력:2019-04-16 09:3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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