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달 우리나라 수출이 9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정부는 미·중 무역분쟁 심화로 반도체 등 주력품목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수출 감소는 지난해 12월(-1.2%)을 시작으로 올해 1월(-6.2%), 2월(-11.3%), 3월(-8.4%), 4월(-2.1%), 5월(-9.8%), 6월(-13.8%), 7월(-11.0%)에 이어 8월까지 9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같은 기간 일평균 수출액은 18억8100만달러로 전년 대비 11.8% 감소했다. 수입은 424억7700만달러로 4.2% 줄었지만 무역수지는 17억2300만달러로 91개월 연속 흑자 기조를 유지했다.
산업부는 수출액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미·중 무역분쟁 심화와 일본 수출규제 등 대외 여건 악화 ▲기저효과(지난해 8월 수출 511억달러) ▲조업일 감소(0.5일) 등을 꼽았다.
얼마 전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과 교역증가율을 각각 2.5%, 3.2%로 기존 전망치에서 큰 폭 하향 조정했다. 실제 지난 6월 기준 독일(-11.2%), 프랑스(-6.5%), 미국(-5.0%), 일본(-4.9%) 등 수출 상위 10개국에서 모두 수출이 감소했다.
세계 경기 둔화와 교역 위축, 제조업 경기 부진의 악순환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올해 최대 감소를 보였던 6월 수출보다 개선됐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8월 수출 물량도 전년 대비 0.1% 늘었다. 지난 7월부터 2개월 연속 오름세다. 1~8월 누적 수출 물량도 0.7% 확대됐다.
품목별로 보면 반도체 수출액이 79억8000만달러로 30.7% 감소했다. 같은 기간 D램 단가는 지난해보다 50% 이상 빠진 것으로 집계됐다. 산업부는 글로벌 기업 재고 조정과 일본 수출규제 등으로 반도체 업황 불확실성이 증대됐다고 분석했다.
석유화학과 석유제품 수출액은 각각 35억3000만달러, 36억6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19.2%, 14.1% 줄었다. 국제유가 하락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철강 수출액은 19.7% 감소한 25억5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 생산 확대로 공급이 늘어나면서 단가가 하락한 탓이다.
반대로 선박(167.7%), 자동차(4.6%) 등 주력 품목은 호조세를 보였다. 특히 자동차 수출의 경우 2017년 6월 이후 처음으로 5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수출 단가가 높은 SUV와 친환경차의 미주·유럽연합(EU) 신차 출시가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이외에 이차전지(3.6%), 농수산식품(5.7%), 화장품(1.1%) 등 신(新)수출동력 품목도 선방했다.
지역별로 보면 중국 수출이 전년 대비 21.3% 줄어들면서 10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반도체와 석유화학, 무선통신기기, 철강 등 품목에서 골고루 부진했다. 중남미 지역에 대한 수출도 18.3% 감소했다. 반면 CIS(8.8%), 아세안(1.9%) 수출은 늘었다.
지난달 1일 일본 수출규제가 발표된 이후 우리 수출에 미친 영향은 현재까지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정부가 개별허가 품목으로 지정한 플루오린폴리이미드와 포토레지스트, 불화수소가 전체 대(對)일본 수입(41억6000만달러)에서 미치는 비중이 1.8%로 적다. 이 3개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가 실제 생산 차질로 연결된 사례도 아직 없다.
일본에 대한 수출은 석유화학과 석유화학, 차부품 등 부진으로 전년 대비 6.2% 감소했다. 수입의 경우 소재·부품·장비부문 감소세 지속가 지속되면서 8.2% 줄었다. 품목별로는 지난달 1~25일 기준 반도체 제조용 장비(-32.6%), 원동기 부품(-28.2%), 고철(-17.6%), 동판(-7.5%), 프로세스와 컨트롤러(-5.9%) 등에서 수입이 줄었다.
대일본 무역수지는 16억3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올해 최고치인 지난 4월(23억5500만달러)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일본 수출규제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대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핵심 기술 확보를 위해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대규모 연구개발(R&D) 자금 투입, 글로벌 기업과의 인수합병(M&A)에 무역금융 지원 등 정책적 노력을 집중할 계획"이라며 "수입선 다변화뿐 아니라 소재･부품･장비 산업을 차세대 수출성장동력을 육성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지은 공유경제신문 기자 news@seconomy.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