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고용, 정년연장 등 해결 위해 연공임금 개선 필요"

한국 연공성 OECD 1위, 근속연수 10년 증가 임금 15.1% 올라 기사입력:2021-11-08 11:43:05
사진=한경연
사진=한경연
[공유경제신문 김봉수 기자] 우리나라의 연공임금체계가 청년고용에 부정적이며 정년연장 문제에도 큰 장애가 되고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그동안 국내 연공임금체계 개편이 필요하다는 국내 전문가들의 일관된 주장에도 불구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적극적 정책 노력이 이루어지지 못했는데 이를 더이상 미루면 국내 노동시장 문제 해결은 갈수록 어렵게 된다는 설명이다.

한국경제연구원(원장 권태신, 이하 한경연)은 8일 한국산업기술대학교 이상희 교수에게 의뢰한 ‘경제환경 변화에 대응한 임금체계 개편 방안’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 국내 연공임금, 외국에 비해 가장 심한 연공성 보유

보고서는 우리나라의 연공성은 OECD 국가들 가운데에서도 특히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연공성은 현재 직장에서 근속년수가 증가함에 따라 자동적으로 임금이 상승하는 경향을 말한다. 우리나라는 근속연수(tenure)가 10년에서 20년으로 증가하면 연수 증가만으로 임금이 15.1%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 OECD 조사대상국 28개국 가운데 가장 높은 연공성을 나타냈다. OECD 평균은 5.9%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국내 호봉제는 규모가 큰 대기업일수록, 또한 노동조합이 조직된 사업장일수록 많이 도입돼있기 때문에 대·중소기업간 임금차이와 정규직·비정규직간의 임금차별 문제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호봉제는 근속에 따른 연공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또 연공임금이 고령층에는 조기퇴직 압박으로 작용하고, 정년연장 강행 시에는 청년층에 심각한 고용창출 감소를 초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OECD 자료에서도 연공성과 고령층의 고용유지율은 음의 관계를 가지는 것으로 나타나 연공성이 높으면 고령층의 고용유지율이 낮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상희 한국산업기술대 교수는 “글로벌 경쟁 격화와 청년일자리 및 세대 간 갈등 등 국내 경제환경 변화에 맞도록 호봉제 임금체계 개편이 필요함에도 그간 성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며 “연공임금체계의 재편 필요성에 대한 전문가들의 일관된 주장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미국, 독일, 일본 등 주요 선진국 임금체계 개편

미국의 시장에 의한 직무임금평가, 독일의 통일적 산별교섭을 통한 직무급 설정, 영국의 독일형과 미국형을 혼합한 직무급 등은 노사관계의 개별화 및 분권화와 같은 경제환경 변화에 맞게 임금체계 개선이 지속돼 온 것으로 보고서는 평가했다.

특히 연공임금 관행을 가진 일본에서조차도 기업경쟁력 차원에서 직무나 역할 요소 반영에 노력해 연공성을 약화시키는 효과를 얻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또 주요 선진국의 임금체계 개선 과정에서 미국의 시장임금정보, 독일의 직무급 협약임금, 영국의 협약과 시장임금을 반영한 직무급, 일본의 기업간 임금조정 기능 등은 노동시장 이중화 방지 기능의 역할도 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이상희 교수는 “미국 독일 등 주요 선진국은 해당 국가의 노사관계체제나 산업구조 등 경제환경 변화 과정에 맞는 임금체계를 찾는 노력과 효과를 얻고 있음에 비해, 우리나라는 전문가들에 의한 꾸준한 개편 필요 지적이 있었음에도 임금체계 개편과 관련한 제대로 된 정책 시도나 노력들을 특별히 가지지 못했고, 이 때문에 대기업 정규직 중심의 개별 기업별 임금체계가 심화돼 왔다”고 전했다.

또한 “우리나라는 일본과 유사한 기업중심의 연공임금체계이지만 일본과 같은 임금커브형 인사관리나 기업 간 조정 관행도 없고 유럽과 같은 산별교섭을 통한 협약임금제도 아니며 미국 영국과 같이 시장임금이 잘 반영되는 구조로 보기도 어렵다”면서 “향후 임금체계 개편 시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감안해야 한다”고 밝혔다.

◇ 고령자고용, 청년고용 등 문제 해결 위한 획기적 개편 방안 필요

보고서는 국내의 호봉제 임금체계는 생산성과의 괴리로 정규직 보상에도 비합리적이며, 청년고용과의 갈등은 물론 조기퇴직 등으로 고령자고용에도 부정적이라는 점, 그리고 해외사례와 비교 및 직무급 성과급 등이 노동생산성 제고 효과를 가져 온다는 국내의 일관된 연구 등의 측면에서도 임금체계 개편 필요성에 다른 이론이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산별교섭이 약한 우리나라의 현실을 근거로 유럽식 산별교섭체제 구축이나 노사관계법제도 개선 등을 통해 임금체계를 개편할 수 있다는 일각의 주장은 실현이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상희 교수는 “임금체계개편 논의는 호봉제를 포기하지 않으려는 근로자대표와 직무급을 도입하려는 사용자대표 간의 협의 구조로서는 처리가 불가능하다”고 전제하고, “임금체계 개편은 청년고용과 고령자고용 등 세대 간, 혹은 고용형태 간 일자리 갈등과 관련한 것이어서 더이상 노사 당사자에 한정되는 문제가 아니라 전국민적 관심사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임금체계 개편 논의와 정책 추진 시에는 노사대표만이 아니라 청년과 고령층 등 일자리 경쟁관계에 있는 전국민적 여론을 수렴할 수 있는 방안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봉수 기자 news@seconom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