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경제신문 김봉수 기자]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 외에 주주까지 확대하는 것은 해외 입법례에서 찾아볼 수 없고 주식회사의 기본원리인 자본 다수결 원칙 및 회사와 이사 간 위임관계 훼손 등 우리나라 회사법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가 권재열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에게 의뢰한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전제로 하는 이사의 충실의무 인정 여부 검토’연구용역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 주요국 회사법, 이사 충실의무를 회사로 한정
10일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모범회사법과 영국, 일본, 독일, 캐나다 등 주요국의 회사법에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은 회사에 한정된다.
일부에서 미국델라웨어주 회사법을 ‘이사의 충실의무(Duty of Loyalty)’ 대상에 주주가 포함된 근거로 제시하나, 이는 회사 이익이 곧 주주 이익이라는 일반론적 문구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결코 이사가 회사 이익과 별개로 주주 이익에 충실해야 하는 규정으로 볼 수 없다는 설명이다.
◇ 이사가 주주의 대리인? 위임계약에 기반한 민법·상법체계 훼손
권재열 교수는 현행법 체계상 이사가 회사 외에 별도로 주주에 대해 충실 의무를 진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우선 상법상 이사는 주주총회 결의로 회사가 임용한 회사의 ‘대리인’이다. 이는 민법상 위임의 법리와 수임인(대리인)의 선관의무를 적용한 것이다. 이사의 보수 역시 정관이나 주총 결의로 회사가 지급한다. 민법 및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가 위임계약을 맺은 회사에게만 한정된다는 것이다.
◇ 다양한 주주 이익 합치는 불가능, 이사 상대 막대한 소송 제기 우려
상법 개정시 법 체계상의 혼란 외에도 다양한 경영상의 문제가 생긴다. 우선 소수주주는 배당 확대나 당장의 이익 분배를 요구하는 반면, 지배주주는 여러 명목으로 이익을 회사에 장기간 유보할 것을 주장할 수 있다. 이런 주주 간 이해충돌을 이사가 합치시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때 이사는 다양한 주주들로부터 충실의무 불이행을 빌미로 손해배상소송을 당하게 되고 회사는 이에 대비해 막대한 비용이 드는 임원배상책임보험을 들어야 한다. 결국 이런 비용들은 제품이나 서비스 가격에 전가될 수밖에 없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 소수주주 이익 과대평가, 자본 다수결 원칙 훼손
다수 주주가 공동출자해 설립한 주식회사 경영권은 ‘자본 다수결 원칙’에 따라 출자 비중이 높은 주주가 주로 갖는데, 상법 개정안은 이런 주식회사 원칙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
개정안의 ‘주주의 비례적 이익’이라 함은 대주주와 소수주주의 뜻이 달라도 이사가 소수주주의 이익을 충실히 대변해야 된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렇게 되면 소수주주가 누리는 이익이 이들의 주식 지분보다 과대평가되는 것이고 반대로 대주주의 지배권은 그만큼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연구를 수행한 권재열 교수는 “주주의 비례적 이익 보장은 현실화시킬 수 없는 이상적 관념에 불과하다”면서 “이를 상법에서 강제할 경우 회사의 장기적 이익을 위한 경영판단을 지연시켜 기업 경쟁력이 저하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봉수 기자 news@seconomy.kr
“이사 충실의무 대상 확대 시, 회사법 체계 훼손 및 경영혼란 초래”
기사입력:2024-06-10 22:4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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