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②] 강한 지역연계 '이탈리아 볼로냐'

기사입력:2018-01-04 00:05:00
[공유경제신문 한정아 기자] 170여년 역사를 인류와 함께한 협동조합은 지금까지 꾸준히 성장해 성공사례를 갖게 됐다.

일반 대중에게도 익숙하게 알려진 국외 성공사례는 뉴질랜드의 키위 협동조합인 제스프리(Zespri), 국제적 축구 클럽 협동조합 FC 바로셀로나, 언론사가 조합원인 미국의 대표 언론사 AP통신, 스페인 내 바스크 지방의 기업그룹인 몬드라곤(Mondragón)협동조합, 네덜란드 최대은행이자 세계적으로 유명한 라보 방크(Rabo Bank), 그리고 세계 최대의 오렌지 생산·유통 업체인 선키스트(Sunkist) 등 매우 다양하다 .

이처럼 다양한 사례들 중에서 지역과 연계가 가장 강하고 협동조합의 연대정신이 두드러진 사례로 이탈리아의 볼로냐(Bologna)를 꼽을 수 있다.

이탈리아 볼로냐 지역 전경, 사진=Clipartkorea
이탈리아 볼로냐 지역 전경, 사진=Clipartkorea

이탈리아의 중북부 지역 에밀리아로마냐(Emilia Romagna)주(州)의 중심도시인 볼로냐는 인구 42만명의 도시로 세계 최초의 대학인 볼로냐 대학이 있는 역사도시로 유명하다. 이탈리아는 역사적으로도 강력한 중앙집권 체제가 아닌 여러 도시국가들을 기반으로 형성된 역사를 갖고 있다.

역사적으로 각 도시가 하나의 국가였던 시기가 많았기 때문에 도시별로 강한 특색과 문화가 자리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 위에 파시즘에 대한 강한 반감과 경제적 불황에 대한 위기의식으로 자연스럽게 사회적 경제가 싹트게 되었다.

특히, 볼로냐는 1950년대까지 이탈리아에서 가장 빈곤한 도시 중 하나였기 때문에 삶의 질 개선과 사회적·경제적 약자에 대한 안전망을 요구하는 정서가 팽배했다. 따라서 사회적 경제는 시민사회에서 이러한 안전망과 같은 역할로서 뿌리내리게 되었다.

아이쿱 생협의 자료에 따르면 현재 볼로냐는 이탈리아 내에서 사업체 수가 가장 많은 도시이며 유럽연합 중 가장 소득이 높은 5개 지역에 속한다. 특히 볼로냐는 ‘제 3이탈리아’(The Third Italy)의핵심도시로서 제조업 기반으로 형성된 클러스터로 유명한 도시이다.

볼로냐 시민들의 삶에 협동조합은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볼로냐 시민 10명 중 7명이 조합원이라고 할 정도로 협동조합은 볼로냐 시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관계에 있다.

에밀리아로마냐주 전체에는 8천여개가 넘는 협동조합이 있고, 볼로냐에만 400개가 넘는 협동조합이 있다. 볼로냐의 50대 기업 중 15개가 협동조합 이고, 볼로냐 전체 협동조합의 수입은 에밀리아로마냐주의 총 생산수입의 3분의1을 차지한다 .

이러한 사회적 경제와 협동조합의 성장 배경에는 법과 사회 제도의 강력한 지원이 있다. 협동조합을 만들고 운영하는 데에 필요한 지원은 이탈리아 헌법으로부터 시작된다. 1945년 개정된 헌법 제45조에는 협동조합의 ‘사회적 기능’ 을 인정하며 법률로써 그 성격과 목적을 보장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1947년 12월 바세비(Basevi)법을 통해 일반 영리기업과 달리 협동조합에 세제혜택 조항을 도입했다. 일반 사기업은 이윤 100% 에서 27.5% 를 세금으로 내지만, 협동조합은 이윤의 70% 는 면제되고, 나머지 이윤 30% 가운데 27.5%만 세금으로 낸다. 그리고 신규 협동조합에 투자하면 세금 혜택을 다시 주게 된다.

볼로냐의 협동조합은 최근에 있었던 글로벌 금융 위기때 매우 강한 저력을 보이면서 심각한 경제 위기중에도 해고는 없었다.

경제위기 극복은 협동조합의 상위조합이며 연합체인 레가 코프(Lega Coop)가 개별 협동조합이 파산하거나 경제난에 처했을 때, 미리 조성한 ‘조합기금'을 투자해서 개별 협동조합에서 발생한 실업자를 다른 협동조합에 재취업시키거나 해당 조합에 보조금을 줘 재취업을 독려했다. 이렇게 협동조합들은 경제위기시에 고용을 축소하는 대신, 전체 임금을 삭감해서 일자리를 나눠 위기를 극복했다.

볼로냐의 협동조합은 일반 소비자 협동조합뿐만 아니라 농업 분야의 생산자 협동조합과 택시, 와인 등 여러 분야의 다양한 협동조합이 있다. 대형마트 를 운영하는 생활용품 유통 관련 협동조합인 ‘이페르 콥(Iper Coop)’과 농산물 생산·판매 관련 협동조합인 ‘코메타 (Cometa)’, 어린이 연극 협동조합인 ‘라 바라카 (La Baracca)’, 노인·어린이·장애인에 대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적 협동조합인 ‘카디아이 (Cadiai)’ 등 그 종류와 범주가 매우 다양하다.

볼로냐의 주택 협동조합인 ‘콥 안살로니(Coop Ansaloni)’는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공장 노동자와 가난한 서민들의 주택 구입을 지원하는 협동조합이다. 콥 안살로니의 활동으로 볼로냐 주민 85%정도가 주택을 소유하게 되었고, 자연히 부동산 가격은 안정적으로 유지됐으며 볼로냐에서 부동산 투기가 사라졌다.

이탈리아 볼로냐지역의 생협
이탈리아 볼로냐지역의 생협

또 다른 주택협동조합으로 주택건설협동조합 '무리 (Murri)’가 있다. 조합원 2만 3천명의 협동조합으로서 , 현재까지 총 1만 2천 채의 주택을 건설했다. 친환경 자재, 태양광 발전 설비 등의 친환경적, 생태계 보존적 가치를 추구하는 협동조합이다. 무리가 건설 공급하는 주택의 가격은 시세보다 평균 20%가량 저렴하다 .

볼로냐의 대표적인 협동조합들 중에서 보육 서비스 협동조합인 카디아이는 급식노동자협동조합인 ‘캄스트(CAMST)’, 건축노동자협동조 합인 ‘치페아(CIPEA)’와 함께 볼로냐시와 공동으로 ‘카라박 (KARABAK)’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카라박 프로젝트는 한마디로 보육시설 설립 프로젝트다.

볼로냐시가 시설 부지를 20년 동안 제공하고, 20년후 보육시설 소유권은 시로 이전한다는 조건으로 운영하며 건설비용은 협동조합과 공동 부담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던 프로젝트였다.
볼로냐 협동조합 지원체계
볼로냐 협동조합 지원체계

볼로냐시의 입장에서는 별도의 예산없이 공공 보육 시설을 설립할 수 있었고, 카디아이의 조합원은 안정적인 일자리를, 학부모와 자녀들은 안심할 수 있는 공공 보육시설을 갖게 됐다. 개별 협동조합으로는 하기 어려운 프로젝트를 협동조합간 협력으로 해결한 모범사례로서 협동조합간 연대의 귀감으로 알려졌다.

볼로냐의 협동조합은 최대의 이윤을 남기는 것을 최종 목적으로 삼지 않고, 조합원의 인간적인 삶과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일자리 제공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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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아 기자